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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Olympus PEN E-P1, 그닥 깊지 않은 리뷰

아시는 분은 아시고 모르시는 분은 모르시겠지만, 저는 지인들 사이에 필름카메라 매니아로 알려져 있습니다. Contax G1이나 Rolleicord 등 훌륭한 카메라와 질좋은(이라고 쓰고 값비싼이라고 읽는) 필름들 덕분에 생각보다 좋은 사진들도 얻을 수 있었죠. 
그런데 상황이 좀 바뀌었습니다. 충무로에 있을 때야 어슬렁어슬렁 점심시간에 나가서 현상 스캔 맞기고 샌드위치에 커피 한잔 하면서 돌아다니다 보면 한시간 남짓이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를 잠실로 옮기면서부터는 아무래도 이 생활이 힘들어지게 됐어요. 현상소도 마땅치 않거니와, 현재 가지고 있는 필름들이 모두 일반 현상소에 맡기기는 왠지 좀 아까운 네가필름이나 슬라이드, 흑백이었거든요. 또한, 얼른 찍어서 얼른 결과물을 써야 하는 상황도 자주 왔구요. 회사에 비치된 DSLR이 있었지만 급할땐 어쩔 수 없잖아요? 그래서 선택한 녀석이... 바로 올림푸스의 전통을 잇는 모델 'Olympus PEN E-P1'입니다.

보시다시피 외형은 예전 PEN FT와 많이 흡사합니다. 원래 바디는 실버인데, 중고로 구한 탓에 원래 주인이 붙여놓은 검은 색 볼커나이트(라고 하는 거 맞나요?)가 붙어있구요. 전 줌렌즈를 그닥 선호하지 않아서 17mm 킷을 구매했습니다. 스트로보 핫슈 부분의 파인더는 17mm 킷을 사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파인더에서는 구도 이외의 어떤 촬영 정보도 제공하지 않구요. 

'Since 1959'라는 말로, E-P1이 예전 올림퍼스의 전통을 이어받은 모델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듯 합니다. 왼쪽부터 초음파 먼지 청소 기능 표시 LED와 전원 버튼, 셔터와 노출 보정 버튼입니다. 1959 숫자 아래 작은 스피커가 보이네요.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맨 왼쪽이 스트로보 핫슈 부분입니다. 일단 LOMO용과 PEN EE-3용 스트로보를 연결해 봤는데 발광은 되질 않네요. 아무래도 올림푸스 전용 스트로보만 사용할 수 있는 듯 합니다. 

촬영 모드 선택 휠입니다. 저렇게 휠이 매몰돼 있어서그런지 좀 갑갑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좀 뻑뻑한 것 같기도 했구요. 하지만, 굳이 저걸 수시로 바꿀 이유가 없으니 그다지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제일 자주 쓰게 되는 Art 기능에 휠이 맞춰져 있네요?

거의 모든 컨트롤 버튼이 배치된 그립 뒷면 오른쪽 부분입니다. 뭐 다른 카메라와 크게 다르진 않습니다만, 오른쪽 위에 듀퐁라이터 부싯돌 같은 휠이 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촬영시에는 본인이 원하는 기능을 지정할 수 있구요. (오른 쪽의 거의 모든 버튼이 그렇긴 합니다) 제 경우는 조리개 휠로 지정했습니다. 아.. 사진에서 보이는 AF 버튼은 LCD를 끄는 버튼으로 설정해 놨군요. 

렌즈 마운트를 해제한 모습입니다. 마이크로 포서드 마운트인 만큼, 포서드와 센서 크기는 같죠? 유효 화소수 약 1200만으로, 역시 당연히 DSLR급 화질입니다. 현재 마이크로 포서드용 17mm 팬케잌과 14-42mm 줌 렌즈가 준비돼 있고, 같은 편(?)인 파나소닉에서도 곧 17mm에 1.7 짜리 밝은 단렌즈를 내놓는다고 합니다. 이제 샘플들을 좀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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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진 모두 조리개 우선인 A모드에 휠을 놓고 찍은 사진입니다. ISO 250정도에선 암부에서도 노이즈가 특별히 올라오진 않네요. 당연한건가...(먼산) 두 번째 사진은 200에 강제 고정시키고 어두운 상태에서 찍은 것인데 미러쇼크가 없어서 그런지 핸드블러도 적고 합니다. 흔들림방지 효과도 물론이구요. 세번째 사진은 ISO 1600에서 촬영한 것인데, 의외로 노이즈도 적고 괜찮습니다. 뭐 100% 크롭 해보면 아무래도 좀 그렇겠지만, 이정도면 전문적인 용도가 아닌 이상 아주 훌륭하다고 봅니다. 포스팅하진 않았지만 ISO 6400도 스냅 용으로 그리 나쁘지는 않았어요. 

결론부터 말해, 풀프레임 DSLR이나 중급기와 맞먹는 화질을 생각하신다면 E-P1은 아주 잘못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E-P1의 성능은 E-420같은 올림푸스의 보급기 DSLR과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중고도 E-420 25mm 팬케익 세트 새 제품과 거의 두배 차이가 나니 순수한 카메라의 퍼포먼스만 생각한다면 E-P1은 아주 불합리한 제품이 되는거죠. 결론을 짓자면, 이녀석을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의 새로운 대안' 정도로 생각하신다면 아주 큰 오산입니다. 이녀석은 좀 괜찮은 사진의 퀄리티를 원하면서도 가방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예쁜 디지털 카메라를 원하시는 분에게 적합한 모델이라 생각하시면 딱 맞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차세대 모델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는 하겠지만요 ^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