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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c 사용자의 좌익과 우익, 그리고 회색분자에 대한 단상

얼마 전, 학부시절 몸담았던 동아리의 체육대회가 있어 학교를 방문할 일이 있었습니다. 후배들이 해준 맛난 백숙과 보쌈에 막걸리를 들이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소변이 슬슬 마려워 근처의 도서관에 들어갔습니다. 볼 일을 마친 후 오랜만에 감회(?)에 젖어 여기 저기 둘러보는데! 반가운 사과 로고가 눈에 들어오는 거 아니겠습니까!!


어쩜, 뒷모습도 예뻐라~ 무선 인터넷을 연결해 여기 저기 웹 브라우징을 하던 중이었나봅니다. 그런데,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나요? MacBook에 Windows를 설치해 사용하고 있더군요 ㅠㅠ 반가워서 macmagazine의 명함이라도 건네려다 그냥 쓸쓸히 발길을 돌리고 말았습니다. 


그냥 가기 아쉬워서 바나나 우유 하나 쪽쪽 빨며 여기 저기 둘러보고 있는데, 이번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도 흠모하는 윤희양의 바디를 만지는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뭔가 레포트를 작성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이녀석 마저 Windows를 설치해 사용하더라구요 `_'

아쉬운 마음에 MacBook을 쓴다는 동아리 후배 몇에게도 '니네들은 운영체제 뭐 쓰냐?'고 물었습니다. 다행히도(?) 이 녀석들은 하나 빼고 모두 Mac OS X을 사용하더군요. 레오파드가 어색해 타이거를 쓴다는 요상한 놈도 있었...

인텔 프로세서를 탑재한 Mac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보이고, BootCamp를 통해 정식으로 Mac에 Windows를 설치할 수 있게 되면서, 이 문제는 Mac 사용자들 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Windows만 사용하는 Mac은, 아예 Mac이라고 부를 가치도 없다'며 일축하는 '우익' 성향의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기계는 기계일 뿐, 자기가 돈내서 산 물건 자기가 좋아하는거 설치해서 맘대로 쓴다는데 왠 가치운운?'이라며 심기가 불편함을 토로하는 '좌익' 성향의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저처럼 가상화 머신을 이용해 Windows도 사용하며 Mac OS X도 자주 사용하는, '회색 분자'들도 많구요.

그냥 제 생각은, '누가 뭘 쓰든 궁시렁 거리지는 말자'는 겁니다. 말그대로, 그건 '그 사람의 컴퓨터'니까요. 그런데, 써보지도 않고서 상대방을 폄하하면 안되겠죠? (써봤으면 상대방을 폄하해도 된다는 말은 물론 아닙니다.)

하지만, 기왕 Mac을 사셨다면 잠깐이라도 병행해가며 Mac OS X를 써보신 후, 그래도 안되겠다면 Windows를 쓰시길 권장드립니다. 열혈 Mac 사용자들도, 아무리 Windows가 맘에 안들더라도 Windows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환경에서 Windows를 맹비난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내가 진라면 맛있게 끓여먹고 있는데 '야 그게 라면이냐 맛도 없고 냄새도 별로고... 에휴...그걸 라면이라고 먹고 앉았으니' 이러면 기분 나쁘잖아요? 이정도 생각이면 '중도 우파'정도 될라나요?

하나 덧붙이자면, 이것도 제 생각이지만 초기에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제품을 쓰는 게 가장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타도 특별한 개조 없이 있는 그대로 사용했을 때 가장 소리가 좋더라구요. 닭 백숙 가슴살을 바베큐 소스에 찍어먹거나 잘게 썰어 치킨 샐러드에 넣어도 좋지만, 그래도 후추 듬뿍 들어간 소금에 찍어먹는게 가장 맛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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