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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코리아 사내 식당 탐방기

2~3년 전인가, 구글 본사 사내 식당의 스케치업 사진과 간단한 기사가 많은 호응을 얻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저 역시 '직딩'이었기 때문에, 그런 유토피아같은 환경이 엄청 부러웠죠. 하지만, 어차피 이노무 대한민국에서는 김민기씨의 노랫말에 나온 '갈수 없는 나라'와 같은 경지였기 때문에 남의 나라 이야기로 치부해버리고 잊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번 '구글코리아 1분기 결산 기자간담회'에 참여할 기회가 있어서 역삼동에 있는 구글코리아 본사에 방문하게 됐습니다. 많은 궁금증을 해소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굳이 말 하셔도 알죠?)에 관한 의문과 짜증을 제게 안겨준 기자간담회가 끝났습니다. 

여기서 잠깐. 미리 말씀드리자면, 기자간담회에서 신문이나 잡지, 방송 기자들은 썩 괜찮은 대접을 받습니다. 간담회 중 심심치 않도록 다과를 제공하는 곳도 있고, 편안한 의자에 공손한 응대는 기본이구요. 귀빈 대접을 받는거죠. 그러다 보니 가끔 '진짜 자기들이 귀하신 몸인 마냥 거만을 떠는 바보들도 있긴 해요.  간담회가 끝난 후 식사 또한, 평소에 잘 먹어보지 못하던 것들이 나오게 마련입니다. 보통은 간담회를 호텔에서 하기 때문에, 호텔의 런치 풀코스나 고급 뷔페를 점심식사로 하는 경우가 많죠. 그것이 아니라면, 호텔급 출장 뷔페 업체를 불러서 음식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상황이다보니, 기자간담회를 뻔질나게 드나드는 기자들은 취향이 굉장히 고급이 되기 마련입니다. 저 역시 3년이 넘는 기자생활을 하다보니, 참 건방지지만 '당연히' 그러한 대접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로 이러한 것 때문에, 요즘은 각 업체별로 정말 중요한 일이 아니면 기자간담회를 열지 않거나, 열더라도 오후 2~3시쯤 엽니다. 비용이 그만큼 절약되거든요. 요즘처럼 언론의 홍보 효과가 떨어진 마당에, 당연한 조치겠죠? 파워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점점 세지면서, 애초에 '블로거 간담회'를 여는 곳들도 많아졌구요. 
이야기가 삼천포로 흘렀네요. 어찌됐던, 10시 반에 개최된지라 점심 식사를 구글코리아에서 제공해줬습니다. 근데, 역시 저도 그런 '고급' 대접에 익숙해졌는지라, 구글코리아에서 제공하는 뷔페가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사진이 핀이 너무 뒤에 맞았지만, 뭐 맛도 좋고 음식도 한/중/일식이 고루고루 있어 깨나 다양한 편이었어요. 사실, 전 썩 맘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보통 고급 뷔페에서 성황리에 팔리는(?) 메뉴인 회나 초밥도 없어서 '구글코리아도 좀 어려운가보다... 그렇게 비싼 뷔페는 아니네?' 하는 생각을 가지며 꾸역꾸역 먹고 있던 중, 불현듯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거, 혹시 그냥 일반 구글코리아 직원들 점심 아냐?'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ㅜㅜ 혹시나 해서 사진을 몇장 찍어온 후 나중에 웹 검색을 해보니 저희가 먹은 것은 구글코리아 직원들이나 회사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그냥 평범한' 점심식단이었어요... 구글 본사가 그렇듯, 구글코리아 역시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듯 싶었습니다. 아니, '직원들의 복리 후생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원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여기고 있는 듯 했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스케치한 구글코리아의 점심 현장을 사진으로 가볍게 보여드릴께요. 


모든 뷔페가 그렇듯, 위 사진처럼 다양한 요리를 스스로 떠갈 수 있도록 준비돼 있었습니다. 사진 왼쪽 위에 분홍색 상의를 입은 여자분이 서있는 곳이 출발점입니다. 일반 밥과 볶음밥,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하다 할 수 있는 김치와 각종 밑반찬들이 준비돼 있어요. 저기서 기본 밑반찬과 밥을 뜬 후, 중앙의 '런웨이(?)'로 이동하게 됩니다. 
그날의 메인 요리는 '고추장 삼겹살 구이'였어요. 중앙에 상추가 보이시죠? 마늘과 고추 등 삼겹살의 친구들도 옆에 주욱 있습니다. 삼겹살 뿐만 아니라 깐쇼 새우나 닭튀김, 기타 등등 요리도 서너가지 더 준비돼 있었어요.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에는 스스로 데코레이션해 먹을 수 있는 우동도 준비돼 있었구요. 오늘의 스프는 '게살 스프', 국은 '육개장'이네요. 


밥 잘 먹었으면, 커피 한 잔 해야겠죠? '런웨이' 옆에는 위의 사진처럼 커피 머신이 있었습니다. 카페라떼나 카페 모카, 아메리카노를 비롯한 다양한 커피를 직접 먹을 수 있습니다. 로스팅된 illy의 원두를 이용해 직접 에스프레소를 내려 먹던가,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들도 준비돼 있어요. 사진으로 찍지는 못했지만, '런웨이' 끝에는 후식으로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케잌과 쿠키도 준비돼 있었습니다. 


아무리 진수성찬이어도, 그게 먹기 싫은 날이 있죠? 섬세한 구글코리아씨는 그런 것도 놓치지 않네요. 런웨이 출발점 한 쪽 끝에는 사진에서 보시는 것 처럼 사발면과 각종 과자, 과일들이 잔뜩 놓여 있습니다. 그냥 집어다 먹으면 된대요. 입맛 없을 때 사발면 하나 끓여서 밥 말아서 먹어도 되겠죠. 근데 뭔가 부족할 것 같다구요?


다른 한 쪽 구석에 놓여있는 냉장고입니다. 냉장고 한쪽에는 차와 우유, 요쿠르트 등의 유제품과 냉장식품들이 가득합니다. 다른 한 쪽에는 쥬스와 각종 탄산음료 등이 한가득 있습니다. 별 절차 없이 그냥 가져다 먹으면 된답니다. 사발면-제육볶음-순두부-김치찌개-짜장면의 싸이클로 3년을 돌아갔던 제 직장생활 시절 점심 식단이 마치 미개인의 그것처럼 느껴지네요.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식당에서는 편하게 휴식할 수 있도록 당구대와 'Fooseball Table', 게임기 등 다양한 오락거리가 준비돼 있었습니다. 멍때리며 커피 한잔 마시는 것만이 휴식이 아님을, 구글코리아는 너무나 잘 알고 있는거죠. 

이 밖에도, 아이들 놀이 장난감 등의 다양한 놀이기구와 티비, 책 등 '편히 쉴 수 있는 모든 것'이 모두 다 갖춰져 있었습니다. 식사를 하며, 식당 바로 옆에 붙어있는 'R&D 센터'를 곁눈질해 봤는데 매트리스나 베게 비슷한 것들도 있는 것으로 보아 '구글 직원들 중 누워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다더라'라는 카더라 통신이 사실인 것 같았어요.

이미 이에 대한 것은 인터넷에 소문이 날 대로 나 있는데 한국의 기업들은 미동도 안하는 것을 볼 때, 결국 한국 기업들과 미국 기업(또는 구글)의 견해 차이는 결코 좁혀질 수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괜히 제가 쓴 글이, 오늘도 밥먹듯 야근 하면서도 '야 임마 일하라고 저녁밥도 사주는데, 죽도록 일해야지' 라는 유/무언의 소리를 들으며 밤을 지새우는 한국의 직장인들의 마음만 상하게 하는 포스팅인지 걱정이 됩니다. 어찌됐던, 여러분도 어떤 이유든 구글코리아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점심 한 끼 하시고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