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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MacBook 이야기

어제 책을 읽으며 iTunes를 셔플로 재생해 놨는데, 송창식의 <나의 기타 이야기>가 흘러나왔습니다. 어렸을 때 라디오에서 듣고는 반해서 애청/애창하던 노래였죠.

"딩동댕 울리는 나의 기타는
 우리 지난 날의 사랑이야기
 아름답고 철모르던 지난날의 슬픈 이야기
 딩동댕 딩동댕 울린다"

어렸을 때 이 노래의 핑거스타일 주법을 연습하려고 손발이 오그라지도록 연습했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결국은 완성하지 못했지만요...ㅜㅜ 그러다 보니, 갑자기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제 MacBook에 대한 스토리가 생각이 났습니다.


이게 제 MacBook입니다. 2006년 6월에 구입한 초기형 MacBook Black Core Duo 2.0GHz이죠. 처음에는 256MB DDR2 메모리가 두 개가 들어있어서 두개 모두 빼내고 1GB 모리를 추가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2GB를 만들지 못한게죠 ㅜㅜ 하지만, 그당시 제 데스크탑보다 프로세서와 메모리 사양이 높았다는... 현재는 메모리를 2GB로 업그레이드 해놓은 상태입니다. 하드디스크도 120GB로 업그레이드 했구요.


녀석으로 정말 별 짓을 다했습니다. 위의 사진을 보세요. 'D' 키 부분이 허옇게 드러나있죠? 저게 뭐가 묻은게 아닙니다. 플라스틱이 달아서 속의 허연 부분이 보이는거죠. 자판 자체의 코팅도 모두 벗겨져서 키가 번들번들거립니다. 절대 '개기름'이 범벅된게 아니에요!
2006년 8월인가 특집 'Anatomy Of MacBook'을 위해 엑스레이를 찍고 산산히 분해되기까지 했으며 보드도 두번이나 교체했지만, 아직까지도 생명력을 잃지 않고 꿋꿋이 제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아, 얼마 전에 어댑터가 타붙어서 교체한 적은 있습니다만...
이녀석으로, 제가 찍은 사진을 모두 보정/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iPhoto도 편하기는 하지만, 좀 더 자세한 보정을 위해 Lightroom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필름 스캐너가 Mac용 소프트웨어가 허접해서 스캔을 Windows로 하는 게 아쉬울 뿐입니다.

그러나 이녀석은 제가 음악을 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합니다. 방음이라곤 전혀 안되어 있는 제방에서 Marshall이나 Vox 앰프를 대신하는 훌륭한 앰프 시뮬레이터가 되어주고 있으며, GarageBand는 현제 제가 음악을 만들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입니다. 물론, 사진 오른쪽에서 빛나고 있는 MBox 2와 앞쪽의 Fender Stratocaster도 훌륭하죠!

이게 바로 제 MacBook의 옆부분입니다. 하두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상판이 들떴군요... 본드로 붙여버릴까요? ㅋ
늘 USB 포트가 모자란게 바로 빨간띠의 Logitech 동글때문입니다. 무슨 Canon L렌즈인가...빨간띠를 두르게...
USB 허브 쓰기도 귀찮고 말이죠...


제 MacBook의 상판 iSight 카메라 부분입니다. 카메라 왼쪽의 까만 점이 내장 마이크네요. 이 녀석을 이용해 조만간 각종 강좌에 이용할 생각입니다. 물론 제 목소리를 듣고 싶진 않으시겠지만... AirPort 안테나가 짱짱하게 떠있네요?
유/무선 공유기를 통해 인터넷을 공유하고 있는데, 속도는 좀 떨어지지만 뭐 그럭저럭 쓸만합니다.


별로 재미 없으셨죠? 그냥 이런 얘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벌써 이 녀석이랑 함께 한지 3년이 다 되네요. 사실 3년이면, 노트북의 나이로는 할아버지 축인거죠? 아, 이제 '연세'라고 해야되나... 요즘 MacBook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데다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제 자금 사정이 워낙 빤한지라 의지할 녀석은 이녀석밖에 없네요. 언제 돌아가실지도 모르구요 ㅜㅜ
자금사정이 괜찮다는 전제하에서, 예전 같으면 당장 갈아치웠을텐데... 왠지 이녀석과는 끝까지 가고 싶네요. 정들었나봐요. 매일 '등에 업고, 문지르고, 만지고' 하다보니 별 수 있나요... 3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여전히 전 이녀석으로 음악을 하고 사진을 다듬고, 글을 쓰며 살아갑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 녀석이 수명을 다하지 말았으면 해요. 제발... 지금은 돈도 하나도 없....

아참, 제 MacBook의 이름은 'Bruce'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