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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다리의 비애 -수정 재업로드

*이 글은 예전에 작성했던 글을 (주)라스텔라 CEO의 명예를 훼손한 여지가 있어 수정해 재업로드 한 글입니다. 이 페이지를 빌어 (주)라스텔라 CEO님께 사과말씀 올립니다. 죄송합니다. 


김병욱 PD의 유명한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주현 정형외과와 제일 정형외과 의사들이 병원 대항 농구시합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시합 전 작전을 짜면서, 주현 정형외과의 의사 안선생(고 안재환 분)이 제일 병원의 키 큰 물리치료사를 확실히 수비하라면서 "한기범 도다리 확실하게 마크해!"라고 합니다(키 큰 물리치료사 역으로 실제로 한기범 선수가 나왔었죠).. 


회를 비롯한 날것을 잘 먹지 못해서, 광어와 도다리 중 뭐가 더 맛있고 비싼 생선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도다리는 좀 억울한 생선 같습니다. 도다리가 광어와 비슷한 생선이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뭐뭐뭐 도다리'라고 하면 '뭐뭐뭐와 비슷한 것'이라는 뜻이 되나봅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는 횟감이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짝퉁'밖에 안되는게지요.


어제 날짜 인터넷 신문에서 '한국판 닌텐도 GP2X위즈 정식 출시'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게 됐습니다. 이 제품은 자체적으로 13종이나 되는 게임이 내장돼 있으며, 3D 가속 기능으로 사양이 높은 게임들도 즐길 수 있습니다. 

OLED 디스플레이를 채용해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며 PMP 기능도 함께 제공하는 제품이라고 하네요. 플랫폼이 오픈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GP2X위즈용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도 있습니다. 
근데,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진 모르겠지만, 저는 '한국판 닌텐도'라는 GP2X위즈가 왠지 '닌텐도 DS Lite 도다리'라고 읽혔습니다. 대통령이 '우리도 저런거 만들라'고 했을때부터 그닥 마음이 가지 않던 제품이기는 했지만, 한국판 닌텐도라는 말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GP2X위즈가 아무리 닌텐도 DS Lite보다 성능이 좋고 디자인이 우수할지라도-사실 디자인은 닌텐도 케이스와 별 다를바도 없어보입니다-이렇게 홍보해서 사람들 머리에 '한국판 닌텐도'라고 인식된다면, 제품의 성능과 특징은 순식간에 증발되면서 '닌텐도 아류작'으로 전락하기가 쉽습니다.

간단히 살펴봅시다. 손담비 역시 '여자 비'라고 알려지는 바람에 그 이미지를 벗어나기가 깨나 힘들었던 것으로 압니다. '한국의 조르디' 또는 '한국의 크리스크로스'라며 등장했던 '량현량하'역시 반짝 스타를 벗어나기 힘들었죠.어디 예술뿐만입니까?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죠. 오리지널리티가 없는 것들은, 결국 아류일 뿐입니다.  아류는 반짝 인기는 있을 망정 살아남지 못하게 마련입니다. 아무리 '너훈아'가 인기가 있어도, 디너쇼로 돈버는 사람은 '나훈아'니까요.

이러한 현상들은 요즘 아주 뜨끈뜨끈한 '터치폰' 시장에서도 지켜볼 수 있습니다. 초반에 LG의 'PRADA' 폰은 iPhone보다 먼저 나왔으며, 인터페이스가 비슷하다는 노이즈마케팅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에서 iPhone이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러한 노이즈마케팅은 꽤 짭짤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많은 한국 사용자들이 언제 나올지 모르는 iPhone을 기다리는 대신 PRADA 폰을 선택했죠. 그러나 PRADA폰의 인터페이스 아이콘들은 Mac OS X의 아이콘들을 벤치마킹(이라고 하고 모방이라고 읽습니다)한 것이었고, 결국은 'iPhone 아류'정도로 위치가 격하됩니다. 차라리 그냥 PRADA폰 자체를 더 홍보했다면, 특정한 브랜드의 힘을 적절히 등에 업고 함께 한 분야를 이룰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이와 반대로 Haptic과 Cookie 폰은 꽤 적절한 홍보를 하고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제품들의 팬인 분들에게는 기분이 나쁘실진 모르겠습니다만, Haptic과 Cookie, ARENA 폰이야 말로, 'iPhone 도다리'들입니다. 이들의 인터페이스는 iPhone을 따라하려 노력한 흔적이 여실히 보이는 제품들입니다. 하지만, 제작사는 이들을 결코 iPhone과 정면으로 비교하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언론에서 가끔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긴 합니다만 Haptic과 Cookie 폰은 스타 마케팅과 함께하는 제품 자체의 홍보를 주력으로 해 사용자를(특히 장기 의무 사용자를 위주로)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누가 봐도 iPhone 인터페이스와 비슷하면서도 뭔가 부족해 보이는 제품을 그렇게 홍보해봤자, 결국 제품의 아이덴티티만 떨어진다는 것을,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걸까요? 솔직히, iPhone과의 비교분석은 iPod touch 등을 이용해 네티즌들이 무수히 많이 해서 인터넷 상에 뿌려주고 있거든요.

저도 한국 사람인데, 한국 제품들이 성공하면 정말 기분 좋겠죠? 하지만, 제가 원하는건 꽁수로 한 번 이기는게 아니라 절치부심해 왕좌를 탈환하거나, 지더라도 골수 팬들을 얻을 수 있는 '노력형 정공법' 승리입니다. 
일단, 지금의 GP2X위즈를 보면 '닌텐도 DS Lite보다 뛰어난 하드웨어'라는데 촛점을 맞추고 있는데...사실 닌텐도 시리즈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성공한 것은 하드웨어보다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은 소프트웨어의 공헌이 엄청 크거든요. 과연, 이에 대한 대비가 돼 있을까요? 흠...
 '제발' GP2X위즈가 한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닌텐도 DS Lite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훌륭한 제품이 되었으면 하는 절절한 마음에 이런 글을 적어봅니다만, 제 머리속의 수지타산 모듈을 가동시켜보면... 심지어 가격까지 비싸버리니, 지금 이걸로는 '닌텐도 도다리'로 끝나지 않겠나 싶은게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